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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예술적 문자, 한글

세종대왕이 창제했다고 알려진 훈민정음. 훈민정음은 한글로 진보되어 한국인의 삶에 무수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 쓰는 이 감상문도 한글로 적고 있는 것이 한 예시이다. 하지만 요즈음 거리의 간판은 대부분 영문으로 적혀있고, 한국인의 어휘도 점점 영어화되어가고 있다. 한글을 극찬하는 글에서도 그의 독창성과 과학성에 대해서만 감탄하곤 한다. 그렇다면 한글에는 예술성이 없는 것일까? 이처럼 망각되는 한글의 예술성에 대해 나는 그 가치를 알아보고자 국립중앙박물관 옆의 ‘국립 한글 박물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먼저 예술이란 본디 기술을 의미하던 말로서, 18세기에 들어서야 미적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제, 한글의 예술성을 이러한 기술적, 미적 측면에서, 국립 한글 박물관을 관람하고 관련 책 <한글>,<한글 전쟁="">을 읽은 후 알게 된 점 위주로 서술하겠다.

1. 창제 계기 자체의 예술성.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글 창제 계기에 대해 ‘세종대왕께서 한자를 몰라 정보를 쉽게 얻지 못하는 백성들을 딱하게 여겨 한글을 창제하셨다’라고 알고 있다. 물론 맞는 사실이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박물관 해설과, <한글>에 따르면 그 당시 ‘김화의 살부 사건’이 일어났다. 아버지를 죽이는 살인 사건은 요즘도 흔하지 않은 일인데다, 성리학을 기초 이념으로 삼는 조선의 사회상으로 볼 때 있어서는 안 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세종대왕께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셨냐하는 것이다. 세종대왕께서는 김화라는 자가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고찰하셨고, ‘인의예지’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으셨다. 따라서 백성들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되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창제 계기가 흔치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 살부 사건에서 문자의 창제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세종대왕의 독창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세종대왕은 삼강오륜을 한글로 번역하고, 그림을 그려 넣어 배포함으로써 다른 패륜을 막으셨다. 곤란한 과제가 생겼을 때 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기술적 측면에서 한글이 우수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이유의 한 예시이다.

2.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게 해주어, 우리 문학을 장려한다.

한글이 있기 전에는 무슨 문자가 한글을 대신했을까? 백이면 백, 한자라고 답할 것이다. 한자가 한글을 대신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당시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한자는 중국문화권에서 발달한 문자이고, 한문을 쓸 때에도 주어-동사-목적어의 어순을 따라 쓰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순에 차이점이 있는 우리나라, 특히 일을 정확하게 처리해야하는 공공기관 등에서는 지명, 고유명사를 표기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선에는 차자 표기법, 이두, 향찰, 구결이 있었는데, 한자로 고유명사나 문장을 표현하는 하나의 약속인 것이다. 차자 표기법은 한자의 음으로 우리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두는 주로 행정을 위해 쓰였던 방식으로, 前天을 (앞에 있다. 하늘의->주어생략-동사-목적어) 天前 (하늘 앞에 있다->주어생략-목적어-동사)과 같이 우리말의 어순대로 표기한다. 향찰은 우리말의 조사나 어미까지 한자로 나타내는 것인데, 이두에서 중국어 (혹은 영어처럼) 조사를 생략했다면, 향찰에서는 모두 우리말 그대로 나타내는 양상을 띈다. 이 때 사용되는 조사를 위한 한자는 한국에서의 사용을 위해 기존 한자에 뜻을 지정한 것이다. 구결은 이 조사와 어미를 위한 한자를 더 쉽게 변형시킨 것이다. 중국어 간체의 개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말을 문자로 나타내기 위하 온갖 방법을 시도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문화적인 차이는 받아들여야 했다. 이 시기에 한글이 창제되었다.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 한국어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을뿐더러,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우리는 한글로 우리말을 표현할 수 없다는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한국의 문학이 장려되기 시작하였다. 최초의 한글 창작물은 바로 용비어천가이다. 한글 창작물인데 제목이 한자어인 점이 다소 꺼림칙하긴 하지만, 내용을 보자면 조선의 발전에 대해 찬송하는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한글로 짓고 한문으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구운 몽="">, <동짓달 기나긴="" 밤에="">가 한글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글이라는 예술작품은 또 다른 문학이라는 예술작품을 낳았다. 창조성이 배가 되는 경우인 것이다. 또, 문학에서 우리는 미적 감성을 느낀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동짓달 기나긴="" 밤에="">를 읽으며 우리 고유의 ‘이별의 정한’과 우리말의 토속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우리의 문학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주는 이 한글을 누가 예술성 없다고 하겠는가?

3. 문자의 모양의 근본지가 명확하고 모양이 간단하여, 미술 작품을 만들기에 알맞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한다. 세종대왕께서도 한글을 아무런 근본 없이 만든 것은 아니었다. 모든 소리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의 뿌리는 목에 있었다. 목소리를 낼 때 혀나 입, 이의 모양을 본따 만든 것이다! 예를 들면 기본 글자 ㄱ과 ㄴ은 각 글자를 발음할 때 혀의 모양을, ㅁ은 입의 모양을, ㅅ은 이가 맞물리는 모양을 본 땄다. 이렇듯 한글의 근본은 명확하다. 또한 간단한 한글 모양의 특징 덕분에 미술 작품을 만들기에 알맞다. 한자는 상형문자이고 뜻에 따라 모양이 계속 바뀌어 복잡한 양상을 띤다. 글자체가 조금만 바뀌어도 뜻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글은 모양이 비교적 명확하다. ㄱ을 ㄴ이나 ㅇ으로 보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글꼴을 바꾸기에 좋고, 이는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뜻만을 나타내던 문자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글을 이용한 미술 작품이 현대에 등장하고 있다. 한편, 문자의 모양이 간단하다는 특징은 미술 뿐 아니라 글자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한자를 불편해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한글의 예술성에 대해 미적측면과 기술적 측면으로 살펴보았다. 한글은 예술적인 글자이다. 나는 주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작품의 독창성도 뛰어나고, 쓰임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리보나 저리보나 단 한 가지, 한글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것 같다. 한글은 우리가 후대까지 보존해가야 할 문화유산이고, 우리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한번쯤 이 곳 국립한글박물관의 방문을 추천하며, 더 나아가 지금까지 살펴본 한글의 예술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문화가들의 양성을 국가차원에서 장려했으면 하는 바이다.

국립한글박물관 방문 후기

모든 사람들이 메르스의 공포에 덜덜 떨 때, 나는 담담하게 박물관을 찾아갔다. 역시나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그 점이 내 방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전시의 앞부분부터 이해하고 천천히 넘어가다보니 같이 온 친구가 켕겨 뒷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다. 뒷부분에 현대적인 쓰임의 예시가 많이 나왔는데,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정신없이 보다보니 2시가 되어, 해설도 들었다. 해설듣는 인원은 3명. 확실히 혼자 글을 읽고 이해할 때보다 명확했다! 꼭 해설도 같이 듣기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근대의 자판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99년생인 우리로서는 너무나도 신기한 체험이다. 자판 하나를 누를 때마다 도장처럼 막대가 튀어나와 찍히는데.. 어디서도 할 수 없는 체험이다. 한편, 사진찍기 퀴즈맞추기 등의 체험은 2층에서도 할 수 있다. 2014년 개관이기 때문에 시설은 정말 좋다.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가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